백두산 영봉에 통일꽃은 피는가
-한반도 완충지역화와 동북아 비핵화가 한민족 평화 번영의 길이다-
펴낸날 제1판 제1쇄 2018년 11월 10일
지은이 이종수
펴낸이 임춘환
펴낸곳 도서출판 대영문화사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로 61길 5(청파동 1가) 제일빌딩 2층
등록 1975년 12월 26일 제3-16호
전화 (02)716-3883, (02)714-3062
팩스 (02)703-3839
ⓒ 이종수, 2018
ISBN 978-89-7644-721-0
값 15,000원
차례
프롤로그
제1부 중립화와 완충지역화
제1장 완충지역화와 중립화의 개념19
1. 완충지역과 중립의 정의/19
2. 중립화의 형태와 유사 용어/22
3. 영세중립국/25
제2장 한반도 중립화사 개관28
제3장 중립화의 성공 및 실패 사례33
1. 성공한 중립화 사례/33
2. 실패한 중립화 사례/79
제4장 중립화 사례들이 한반도에 주는 시사점98
제2부 왜 한반도는 완충지역화되어야 하는가?
제5장 한반도는 왜 완충지역이 되어야 하는가?111
제6장 구한말의 한반도 중립화 안127
1. 구한말 조선 정부 및 조선인의 한반도 중립화 안/129
2. 구한말 외국의 한반도 중립화 안/141
제7장 대한민국 수립 이후의 한반도 중립화 안157
1. 대한민국 수립 이후 한국 정부 및한국인의 한반도 중립화 안/157
2. 대한민국 수립 이후 북한의한반도 중립화 안/165
3. 대한민국 수립 이후 주변국의한반도 중립화 안/173
제3부 왜 동북아시아는 비핵지역화되어야 하는가?
제8장 동북아시아 갈등사 개관201
제9장 동북아시아의 비핵지역화 전망214
제4부 중립화의 요건과 성공 및 실패의 원인
제10장 중립화의 요건223
제11장 중립화의 성공 및 실패의 원인230
1. 중립화 요건의 재체계화/230
2. 중립화의 성공 및 실패 사례들의 해석과 적용/232
에필로그
참고문헌
프롤로그
역사의 획을 그은 남북 정상의 맞잡은 손…“천지에 새 전설이 생겼다”
출처: http://www.hani.co.kr/#csidxcaa0a41eda68eee8a9ffd81f47a684b
백두산 천지에서 두 손을 맞잡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은 통일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나게 했다. 남북한 사회에 널리 확산된, “월악산 영봉에 뜬 달빛이 호수에 비치고 30년 뒤에 여왕이 등극하면 3-년 뒤 통일이 된다”는 탄허(呑虛) 스님의 1975년의 예언과 “(김일성 주석의) 손자 대에는 통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는 김 주석 부친 김형직(金亨稷, 1894~1926)의 예언이, 천지에서 손 맞잡은 두 정상의 사진과 오버랩되면서 “정말 통일이 갑작스럽게 찾아올 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보수 진영 인사들에게까지도 일고 있다.
2018년 3차에 걸친 남북정상회담과 뒤이은 북미정상회담은 그야말로 세계를 놀라게 한 역사적 사건들이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이후 70년 간 적대 관계를 유지해온 남북한의 두 지도자가 만나 한반도의 비핵화와 정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 등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로 약속, 한민족은 물론 전체 세계인의 평화에 대한 희망을 한껏 부풀게 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길은 험난한 길임에 틀림없다.
미국 동켄터키대학(Eastern Kentucky University)의 곽태환 명예교수는 2017년 6월 발표한 ‘중립화를 통한 통일 한국의 비전(One Korea Unification Vision through Neutralization)’이라는 글에서, 대한민국의 김대중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6월 15일 발표한 ‘6․15 공동성명’ 이후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나 남․북한 당국은 아직 공동성명의 두 번째 문장조차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한반도의 주변 4강국, 즉 미국 중국․일본 러시아의 최상의 이익(their best interests)이 반영될 수 있는, 설득 가능한 방안으로 ‘중립화 통일 안’을 제시했다.
그의 한반도 중립화 안은 주변 4강국이 중립화되고 독립적이며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분단되고 불안정한 한반도보다 선호할 것이라는 가정 위에 놓여 있다. 그는 통일된 한반도는 동북아시아의 ‘전반적인 전략적 힘의 균형(overall strategic balance of power)’을 깨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주변 4강국은 그들에게 최상의 이익을 가져다 줄, 완충지역화된 통일 한반도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한다(Cai, 2012; Kaseda, 2012; Kim, 2012; Zhebin, 2012).
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길은 멀고 험난하다. 그것을 위한 6자회담(Six-Party Talks) 등 국제적 장치들은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2018년 세계적 이목을 끈 남북정상회담과 뒤이은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은 그야말로 역사적 사건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보여주기식 사건’들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미국과 한국의 일부 보수 진영에서 회의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차제에 평양 지도층의 생각도 더듬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들은 호랑이 등에서 내리는 순간 잡아먹힐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기존 체제의 유지에 매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71년 평양을 방문, 친근감을 느끼고 있던 루마니아의 국가원수 차우세스쿠(Nicolae Ceauşescu, 1918~1989)의 처형은 북한 지도층에 큰 충격을 주었다. 비밀경찰과 특별보안군 ‘세쿠리타테(Securitate, Departamentul Securității Statului)’에 의존하여 24년 간이나 철권을 휘둘러 왔던 차우세스쿠의 크리스마스 날의 처형 장면을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한편 제7장에서 살펴본 바, 미국의 대외 정책 기조도 평양의 지도층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트럼프(Donald John Trump, 1946~) 행정부가 2017년 12월 18일 발표한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 등에 의하면, 미국은 압도적 군사력 우위를 통해 중국이 미국과 대등해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대등해지려고 하는 노력이 중국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주지시킴으로써 미국 주도의 단극(單極) 체제를 공고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과 입장을 감안할 때, 평양의 지도층은 북한이 미국에 군사적으로 맞선다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로 파멸의 길이 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에서의 파격적 언행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시점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가로막는 주된 저해 요인은 무엇보다 북핵(北核)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균형된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과정(peace-regime- building processes)은 동시에 추구되어야 할 것이다.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의 주요 경기자들(key players)은 어디까지나 남북한 주민들이다. 그러나 중립화된 통일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변 강대국들이 한반도 중립화를 지지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중립화를 통해 한반도에 선진화된 새로운 복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중립화’를 지향하는 국가지도층과 국민들의 ‘중립화 실현 의지’가 확고하고, 주변 4강국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다음에서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한반도 상황의 전개 방향을 가늠해보고, 이와 관련된 이슈들을 깊이 있게 분석 천착해 보고자 한다. 한반도 상황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듯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한 체제의 보장발전을 향해 선형적 진행을 하기보다는 새로운 체제와 구체제로의 회귀 동력이 서로 부딪치면서 나선적(螺線的) 진화를 거듭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아쉬운 점을 지적하면, 힘의 정치가 난무하는 국제 정치의 각박한 메커니즘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현실에 매몰된 지나치게 좁은 시각에서 대안을 찾는다는 점이다. 긴박성을 감안한다면 현시점에서 비핵화 논의의 초점이 북핵(北核)문제에 모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동북아 지역의 장기적 안정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한반도만의 비핵화가 아닌, 동만주와 연해주 일대, 그리고 일본까지 아우르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비핵화’ 시각에서 광역적으로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접근은 거시적 차원에서 ‘핵 없는 세계’를 향한 발걸음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논의되고 있듯이, ‘한반도만의 비핵화’에 초점을 두고 ‘미군 철수’를 겨냥한 평화체제 구축 차원에서 해결책이 모색된다면, 앞으로 동북아시아의 세력 균형이 요동치는 순간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반도는 또다시 격랑에 휩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핵화’의 구체적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도 대북 경제협력 구상들이 봇물 터지듯 발표되고 있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 공단 재가동 같은 문제는 익히 알려진 문제이나, 그 밖에도 설익은 경제협력 아이디어들이 우후죽순같이 제시되고 있다.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새로 추진되는 경제협력 사업이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지역 안보 측면에서도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한국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가능하다면 유럽 국가들까지 공동으로 참여하는 ‘국제적 경제 특구 방식’으로 개발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한 만 러 국경지역의 경제 특구는 ‘국제적 경제 특구 방식’으로 재구상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넓은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남 북한에 대한 미국 중국 등 일부 국가의 지나친 영향력과 간섭을 견제 차단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관련국 간에 ‘개방된 이해 구조’를 만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남북한의 이익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1)1) 구한말 대한제국 시절과 같이, 쌍무협정을 통한 주변 강대국들의 이권 탈취 기도와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서도 ‘공개적인’ 국제적 경제 특구 방식이 효과적일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중립화 사례에서 보듯이, 1919년 ‘베르사이유 조약’의 기반이 된, 미국 윌슨(Thomas Woodrow Wilson, 1856~1924) 대통령이 제시한 소위 ‘14개조’의 첫 번째 조항이 바로 ‘비밀외교 금지’ 조항이다.
한반도 문제의 구체적 해결 방안을 찾아보면, 기존에 형성된 6자회담의 틀을 동북아 ‘다자안보 및 경제협력 체제’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2005년 발표된 6자회담 제4차 공동성명 제5항에는 동북아에서의 안보와 협력을 위한 방법을 찾아보자는 데 합의한 규정이 들어 있으며, 제6항은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적절한 별도의 포럼에서 협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하면, 6자회담의 틀을 동북아 지역의 안보 경제 협력체로 공고하게 제도화 발전시키기 위해 6개국 외무장관 및 국방장관 회담은 물론 ‘정상회담’까지 상설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반도의 안정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한반도의 완충지역화’가 긴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한반도 중립화’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반도의 안정적인 안보가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동맹체제’는, 특히 비대칭동맹의 경우, 약소국이 강대국으로부터 주권적 자율성을 침해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약소국의 희생 위에 강대국들만의 이익이 추구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경계되어야 한다. 역사가 증언하듯이 비대칭 관계의 동맹 체제에 기댄 안보 전략은, 약소국이 동맹국의 선봉(先鋒)을 맡아 강요된 전쟁을 대신 수행하거나, 강역(疆域)을 전쟁터로 내주는,2)2) 갑오농민전쟁(1894~1895) 당시 청국군과 일본군이 한반도에 진주, 그 결과 한반도는 국제 대리전의 전쟁터로 전락하였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무기력하게 영토 분할, 즉 할지(割地)를 당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기대할 수 있는 최량의 상태라야 반(半) 주권국가로 끊임없는 내정 간섭을 당하면서, 안보를 빌미로 경제적 이익을 침탈당하는 상태가 초래될 것이다.
각국의 이익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국제 정치의 영역은 개인들 간의 도덕 원칙이 적용되는 선의(善意)의 영역이 아니다. 향후 북미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비록 일시적인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존의 동맹체제에 기대 열전(熱戰)을 연기(延期)하는 잠정적인 미봉책(彌縫策)에 불과할 것이다.
물론 한반도 중립화는 험난하고 어려운 길이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 정부 일각에서 제기된 ‘한반도 중립화 안’이 남한 사회에서 이승만 정부에 의해 거부된 이래 용공의 딱지가 붙여지면서 원천 봉쇄되어 온 상황에서, 중립화 추진의 동력을 한반도 내부에서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한반도 중립화를 위해서는 주변 강대국들의 안보적 경제적 이익이 균형화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한반도 중립화의 여건은 녹녹치 않다.
그러나 미국 영국 독일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에 이해관계를 가진 강대국들은 대한제국 이래 국제적 균형이 크게 흔들릴 때마다 한반도 중립화 안을 각각 들고 나왔다. 한반도에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진 러시아와 일본까지도, 특히 자신들의 세력이 불리하다고 느끼는 국면에서는 중립화를 제안한 바 있다.
한반도 중립화 안은 미국 정부 관계자 및 식자들에 의해, 대한제국 시절은 물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그리고 지금 현재까지도 미국의 세계 전략 차원에서 꾸준히 제안검토되고 있다. 대한제국 시절 고종의 궁내부 고문관(1899~1904년)을 지낸 미국의 샌즈(William Franklin Sands)가 대표적 인물이다. 대한제국 주재 미국공사관으로 부임하여 고종의 고문으로 활약한 그는 본국 정부에 대한제국의 중립화 안을 여러 차례 건의하고, 한성주재 러시아공사와 대화를 나누는 등 끊임없이 노력한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정부 차원’에서 한반도 중립화를 진지하게 검토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이다. 전후 미소 군정 시기, 1953년의 휴전협정 체결기, 그리고 1970년대의 닉슨 독트린(Nixon Doctrine) 선언 시기에 주한미군 철수의 대체 방안으로 한반도 중립화 안이 미국 정가에서 진지하게 논의․추진된 바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 미정상회담이 추진되는 21세기의 이 시점에도 키신저 학파들은 한반도 중립화 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반도 중립화는 시각을 바꿔 생각한다면, 주변 강대국들의 세력 균형을 깨지 않으면서 그들의 군비 경쟁과 안보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차원에서 설득 가능할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세력들이, 잠정적인 균형 상태를 이루고 있어 가까운 장래에 어느 일방의 지배적 헤게모니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반도 중립화는 상호 경쟁관계에 있는 강대국들에게는 경쟁 확대(escalation)에 따르는 위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외교적 탈출구를 제공할 것이며, 남 북한에는 주변 강국의 경쟁적 내정 간섭을 완화 내지 제거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활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의 완충지역화는 또한 지역 안보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경제 개발과 번영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동북아시아는 경제 발전에 필요한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천연가스 석탄 석유와 같은 지하자원은 물론 좋은 교육을 받고 잘 훈련된 노동력도 풍부하다.
한반도 중립화와 관련된 교훈과 시사점을 얻기 위해 이 책에서는 스위스, 오스트리아와 같은 성공한 중립화 사례와 라오스, 벨기에 등 실패한 중립화 사례 및 서유럽과 러시아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하는 핀란드 사례도 깊이 있게 분석해 보고자 한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한반도의 안정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의 냉전 구조가 근본적으로 해체되어야 하는 바,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만의 비핵화가 아닌 ‘동북아 지역 전체의 비핵화’가 폭넓게 추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제적인 세력 변화에 따라 깨지기 쉬운 동맹체제를 전제로 한 근시안적 접근보다는, ‘한반도 전체의 완충지역화’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보다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한반도 중립화 안은 현 시점에서 곧바로 국내외적 동력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길만이 한반도의 안정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 전체의 평화체제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는 관점에서, 남북한의 사회구성원은 물론 정치지도자들의 유전자 속에 ‘중립화’의 DNA를 심는 운동이 향후 수십 년 간 인내심 있게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펴낸 이유다.
백두산 영봉에 통일꽃은 피는가
-한반도 완충지역화와 동북아 비핵화가 한민족 평화 번영의 길이다-
펴낸날 제1판 제1쇄 2018년 11월 10일
지은이 이종수
펴낸이 임춘환
펴낸곳 도서출판 대영문화사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로 61길 5(청파동 1가) 제일빌딩 2층
등록 1975년 12월 26일 제3-16호
전화 (02)716-3883, (02)714-3062
팩스 (02)703-3839
ⓒ 이종수, 2018
ISBN 978-89-7644-721-0
값 15,000원
차례
프롤로그
제1부 중립화와 완충지역화
제1장 완충지역화와 중립화의 개념19
1. 완충지역과 중립의 정의/19
2. 중립화의 형태와 유사 용어/22
3. 영세중립국/25
제2장 한반도 중립화사 개관28
제3장 중립화의 성공 및 실패 사례33
1. 성공한 중립화 사례/33
2. 실패한 중립화 사례/79
제4장 중립화 사례들이 한반도에 주는 시사점98
제2부 왜 한반도는 완충지역화되어야 하는가?
제5장 한반도는 왜 완충지역이 되어야 하는가?111
제6장 구한말의 한반도 중립화 안127
1. 구한말 조선 정부 및 조선인의 한반도 중립화 안/129
2. 구한말 외국의 한반도 중립화 안/141
제7장 대한민국 수립 이후의 한반도 중립화 안157
1. 대한민국 수립 이후 한국 정부 및한국인의 한반도 중립화 안/157
2. 대한민국 수립 이후 북한의한반도 중립화 안/165
3. 대한민국 수립 이후 주변국의한반도 중립화 안/173
제3부 왜 동북아시아는 비핵지역화되어야 하는가?
제8장 동북아시아 갈등사 개관201
제9장 동북아시아의 비핵지역화 전망214
제4부 중립화의 요건과 성공 및 실패의 원인
제10장 중립화의 요건223
제11장 중립화의 성공 및 실패의 원인230
1. 중립화 요건의 재체계화/230
2. 중립화의 성공 및 실패 사례들의 해석과 적용/232
에필로그
참고문헌
프롤로그
역사의 획을 그은 남북 정상의 맞잡은 손…“천지에 새 전설이 생겼다”
출처: http://www.hani.co.kr/#csidxcaa0a41eda68eee8a9ffd81f47a684b
백두산 천지에서 두 손을 맞잡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은 통일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나게 했다. 남북한 사회에 널리 확산된, “월악산 영봉에 뜬 달빛이 호수에 비치고 30년 뒤에 여왕이 등극하면 3-년 뒤 통일이 된다”는 탄허(呑虛) 스님의 1975년의 예언과 “(김일성 주석의) 손자 대에는 통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는 김 주석 부친 김형직(金亨稷, 1894~1926)의 예언이, 천지에서 손 맞잡은 두 정상의 사진과 오버랩되면서 “정말 통일이 갑작스럽게 찾아올 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보수 진영 인사들에게까지도 일고 있다.
2018년 3차에 걸친 남북정상회담과 뒤이은 북미정상회담은 그야말로 세계를 놀라게 한 역사적 사건들이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이후 70년 간 적대 관계를 유지해온 남북한의 두 지도자가 만나 한반도의 비핵화와 정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 등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로 약속, 한민족은 물론 전체 세계인의 평화에 대한 희망을 한껏 부풀게 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길은 험난한 길임에 틀림없다.
미국 동켄터키대학(Eastern Kentucky University)의 곽태환 명예교수는 2017년 6월 발표한 ‘중립화를 통한 통일 한국의 비전(One Korea Unification Vision through Neutralization)’이라는 글에서, 대한민국의 김대중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6월 15일 발표한 ‘6․15 공동성명’ 이후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나 남․북한 당국은 아직 공동성명의 두 번째 문장조차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한반도의 주변 4강국, 즉 미국 중국․일본 러시아의 최상의 이익(their best interests)이 반영될 수 있는, 설득 가능한 방안으로 ‘중립화 통일 안’을 제시했다.
그의 한반도 중립화 안은 주변 4강국이 중립화되고 독립적이며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분단되고 불안정한 한반도보다 선호할 것이라는 가정 위에 놓여 있다. 그는 통일된 한반도는 동북아시아의 ‘전반적인 전략적 힘의 균형(overall strategic balance of power)’을 깨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주변 4강국은 그들에게 최상의 이익을 가져다 줄, 완충지역화된 통일 한반도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한다(Cai, 2012; Kaseda, 2012; Kim, 2012; Zhebin, 2012).
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길은 멀고 험난하다. 그것을 위한 6자회담(Six-Party Talks) 등 국제적 장치들은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2018년 세계적 이목을 끈 남북정상회담과 뒤이은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은 그야말로 역사적 사건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보여주기식 사건’들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미국과 한국의 일부 보수 진영에서 회의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차제에 평양 지도층의 생각도 더듬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들은 호랑이 등에서 내리는 순간 잡아먹힐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기존 체제의 유지에 매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71년 평양을 방문, 친근감을 느끼고 있던 루마니아의 국가원수 차우세스쿠(Nicolae Ceauşescu, 1918~1989)의 처형은 북한 지도층에 큰 충격을 주었다. 비밀경찰과 특별보안군 ‘세쿠리타테(Securitate, Departamentul Securității Statului)’에 의존하여 24년 간이나 철권을 휘둘러 왔던 차우세스쿠의 크리스마스 날의 처형 장면을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한편 제7장에서 살펴본 바, 미국의 대외 정책 기조도 평양의 지도층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트럼프(Donald John Trump, 1946~) 행정부가 2017년 12월 18일 발표한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 등에 의하면, 미국은 압도적 군사력 우위를 통해 중국이 미국과 대등해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대등해지려고 하는 노력이 중국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주지시킴으로써 미국 주도의 단극(單極) 체제를 공고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과 입장을 감안할 때, 평양의 지도층은 북한이 미국에 군사적으로 맞선다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로 파멸의 길이 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에서의 파격적 언행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시점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가로막는 주된 저해 요인은 무엇보다 북핵(北核)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균형된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과정(peace-regime- building processes)은 동시에 추구되어야 할 것이다.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의 주요 경기자들(key players)은 어디까지나 남북한 주민들이다. 그러나 중립화된 통일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변 강대국들이 한반도 중립화를 지지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중립화를 통해 한반도에 선진화된 새로운 복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중립화’를 지향하는 국가지도층과 국민들의 ‘중립화 실현 의지’가 확고하고, 주변 4강국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다음에서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한반도 상황의 전개 방향을 가늠해보고, 이와 관련된 이슈들을 깊이 있게 분석 천착해 보고자 한다. 한반도 상황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듯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한 체제의 보장발전을 향해 선형적 진행을 하기보다는 새로운 체제와 구체제로의 회귀 동력이 서로 부딪치면서 나선적(螺線的) 진화를 거듭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아쉬운 점을 지적하면, 힘의 정치가 난무하는 국제 정치의 각박한 메커니즘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현실에 매몰된 지나치게 좁은 시각에서 대안을 찾는다는 점이다. 긴박성을 감안한다면 현시점에서 비핵화 논의의 초점이 북핵(北核)문제에 모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동북아 지역의 장기적 안정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한반도만의 비핵화가 아닌, 동만주와 연해주 일대, 그리고 일본까지 아우르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비핵화’ 시각에서 광역적으로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접근은 거시적 차원에서 ‘핵 없는 세계’를 향한 발걸음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논의되고 있듯이, ‘한반도만의 비핵화’에 초점을 두고 ‘미군 철수’를 겨냥한 평화체제 구축 차원에서 해결책이 모색된다면, 앞으로 동북아시아의 세력 균형이 요동치는 순간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반도는 또다시 격랑에 휩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핵화’의 구체적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도 대북 경제협력 구상들이 봇물 터지듯 발표되고 있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 공단 재가동 같은 문제는 익히 알려진 문제이나, 그 밖에도 설익은 경제협력 아이디어들이 우후죽순같이 제시되고 있다.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새로 추진되는 경제협력 사업이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지역 안보 측면에서도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한국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가능하다면 유럽 국가들까지 공동으로 참여하는 ‘국제적 경제 특구 방식’으로 개발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한 만 러 국경지역의 경제 특구는 ‘국제적 경제 특구 방식’으로 재구상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넓은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남 북한에 대한 미국 중국 등 일부 국가의 지나친 영향력과 간섭을 견제 차단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관련국 간에 ‘개방된 이해 구조’를 만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남북한의 이익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1)1) 구한말 대한제국 시절과 같이, 쌍무협정을 통한 주변 강대국들의 이권 탈취 기도와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서도 ‘공개적인’ 국제적 경제 특구 방식이 효과적일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중립화 사례에서 보듯이, 1919년 ‘베르사이유 조약’의 기반이 된, 미국 윌슨(Thomas Woodrow Wilson, 1856~1924) 대통령이 제시한 소위 ‘14개조’의 첫 번째 조항이 바로 ‘비밀외교 금지’ 조항이다.
한반도 문제의 구체적 해결 방안을 찾아보면, 기존에 형성된 6자회담의 틀을 동북아 ‘다자안보 및 경제협력 체제’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2005년 발표된 6자회담 제4차 공동성명 제5항에는 동북아에서의 안보와 협력을 위한 방법을 찾아보자는 데 합의한 규정이 들어 있으며, 제6항은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적절한 별도의 포럼에서 협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하면, 6자회담의 틀을 동북아 지역의 안보 경제 협력체로 공고하게 제도화 발전시키기 위해 6개국 외무장관 및 국방장관 회담은 물론 ‘정상회담’까지 상설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반도의 안정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한반도의 완충지역화’가 긴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한반도 중립화’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반도의 안정적인 안보가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동맹체제’는, 특히 비대칭동맹의 경우, 약소국이 강대국으로부터 주권적 자율성을 침해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약소국의 희생 위에 강대국들만의 이익이 추구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경계되어야 한다. 역사가 증언하듯이 비대칭 관계의 동맹 체제에 기댄 안보 전략은, 약소국이 동맹국의 선봉(先鋒)을 맡아 강요된 전쟁을 대신 수행하거나, 강역(疆域)을 전쟁터로 내주는,2)2) 갑오농민전쟁(1894~1895) 당시 청국군과 일본군이 한반도에 진주, 그 결과 한반도는 국제 대리전의 전쟁터로 전락하였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무기력하게 영토 분할, 즉 할지(割地)를 당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기대할 수 있는 최량의 상태라야 반(半) 주권국가로 끊임없는 내정 간섭을 당하면서, 안보를 빌미로 경제적 이익을 침탈당하는 상태가 초래될 것이다.
각국의 이익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국제 정치의 영역은 개인들 간의 도덕 원칙이 적용되는 선의(善意)의 영역이 아니다. 향후 북미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비록 일시적인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존의 동맹체제에 기대 열전(熱戰)을 연기(延期)하는 잠정적인 미봉책(彌縫策)에 불과할 것이다.
물론 한반도 중립화는 험난하고 어려운 길이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 정부 일각에서 제기된 ‘한반도 중립화 안’이 남한 사회에서 이승만 정부에 의해 거부된 이래 용공의 딱지가 붙여지면서 원천 봉쇄되어 온 상황에서, 중립화 추진의 동력을 한반도 내부에서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한반도 중립화를 위해서는 주변 강대국들의 안보적 경제적 이익이 균형화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한반도 중립화의 여건은 녹녹치 않다.
그러나 미국 영국 독일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에 이해관계를 가진 강대국들은 대한제국 이래 국제적 균형이 크게 흔들릴 때마다 한반도 중립화 안을 각각 들고 나왔다. 한반도에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진 러시아와 일본까지도, 특히 자신들의 세력이 불리하다고 느끼는 국면에서는 중립화를 제안한 바 있다.
한반도 중립화 안은 미국 정부 관계자 및 식자들에 의해, 대한제국 시절은 물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그리고 지금 현재까지도 미국의 세계 전략 차원에서 꾸준히 제안검토되고 있다. 대한제국 시절 고종의 궁내부 고문관(1899~1904년)을 지낸 미국의 샌즈(William Franklin Sands)가 대표적 인물이다. 대한제국 주재 미국공사관으로 부임하여 고종의 고문으로 활약한 그는 본국 정부에 대한제국의 중립화 안을 여러 차례 건의하고, 한성주재 러시아공사와 대화를 나누는 등 끊임없이 노력한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정부 차원’에서 한반도 중립화를 진지하게 검토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이다. 전후 미소 군정 시기, 1953년의 휴전협정 체결기, 그리고 1970년대의 닉슨 독트린(Nixon Doctrine) 선언 시기에 주한미군 철수의 대체 방안으로 한반도 중립화 안이 미국 정가에서 진지하게 논의․추진된 바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 미정상회담이 추진되는 21세기의 이 시점에도 키신저 학파들은 한반도 중립화 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반도 중립화는 시각을 바꿔 생각한다면, 주변 강대국들의 세력 균형을 깨지 않으면서 그들의 군비 경쟁과 안보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차원에서 설득 가능할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세력들이, 잠정적인 균형 상태를 이루고 있어 가까운 장래에 어느 일방의 지배적 헤게모니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반도 중립화는 상호 경쟁관계에 있는 강대국들에게는 경쟁 확대(escalation)에 따르는 위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외교적 탈출구를 제공할 것이며, 남 북한에는 주변 강국의 경쟁적 내정 간섭을 완화 내지 제거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활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의 완충지역화는 또한 지역 안보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경제 개발과 번영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동북아시아는 경제 발전에 필요한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천연가스 석탄 석유와 같은 지하자원은 물론 좋은 교육을 받고 잘 훈련된 노동력도 풍부하다.
한반도 중립화와 관련된 교훈과 시사점을 얻기 위해 이 책에서는 스위스, 오스트리아와 같은 성공한 중립화 사례와 라오스, 벨기에 등 실패한 중립화 사례 및 서유럽과 러시아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하는 핀란드 사례도 깊이 있게 분석해 보고자 한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한반도의 안정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의 냉전 구조가 근본적으로 해체되어야 하는 바,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만의 비핵화가 아닌 ‘동북아 지역 전체의 비핵화’가 폭넓게 추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제적인 세력 변화에 따라 깨지기 쉬운 동맹체제를 전제로 한 근시안적 접근보다는, ‘한반도 전체의 완충지역화’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보다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한반도 중립화 안은 현 시점에서 곧바로 국내외적 동력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길만이 한반도의 안정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 전체의 평화체제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는 관점에서, 남북한의 사회구성원은 물론 정치지도자들의 유전자 속에 ‘중립화’의 DNA를 심는 운동이 향후 수십 년 간 인내심 있게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펴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