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20세기에 학문이 이룩한 공헌 중에 하나는 토마스 쿤(Thomas Kuhn)이 제창한 패러다임 이론이다. 패러다임 이론이란 언어학습에서 사용되는 표준사례라는 뜻으로, 과학활동에서도 언어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어떤 학문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학문에게 고유한 개념들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 개념들은 언어에 의존하기 마련이다. 이를 복지정책학(Social Policy)에 적용하면, 복지정책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복지정책학에 고유한 개념들이 풍요로워야 하며, 이는 복지언어에 의존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언어의 한계는 개념들의 한계라고 표현할 수 있고, 학문의 한계라고도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어떤 학문과 그 학문이 연구의 주제로 삼는 것 사이의 일정한 관계가 있다. 이를 대응성(correspondence)이라고 한다. 한편, 대응성 외에도 그 학문 내에서 일정한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이를 정합성(coherence)이라고 한다. 지금의 복지정책학은 지식의 응용이라는 차원에서 이슈가 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측면, 즉 대응성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학문 내에서 일정한 체계를 갖추는 정합성의 측면에서는 대응성만큼 성과를 올렸다고 볼 수는 없다. 즉, 복지정책학의 학문체계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였다. 그 결과 복지정책학에서 대응성을 위주로 과학주의 방법으로 연구가 진행되어 온 반면, 정합성이나 인문학주의는 거의 활성화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 둘 사이에 통약가능 여부의 이슈는커녕 이들 용어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끔 진행되어 왔다. 평균인(平均人)을 전제로 하고 보편적 접근을 추구하는 과학주의는 과학적 방법 및 경험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과학주의는 자연과학의 지식을 올바른 지식으로 간주하고 자연과학적 방법론을 지향한다. 이에 대해, 인문학주의는 과학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인간의 의미를 전제로 하고, 인간의 활동 및 그 결과물에 대한 인문학적 지식의 고유한 가치를 주장하므로,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차이를 인정한다. 그러므로 복지현상을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데에는 인문학주의가 나름의 유용성이 있다. 왜 대응성이나 정합성을 이야기하며, 과학주의와 인문학주의를 이야기하는가? 복지정책학은 압도적으로 과학주의와 대응성에 경도되어 있다. 이제는 복지정책학이 현상학과 같은 인문학주의에 좀 더 관심을 두어야 하며, 이를 복지과학의 철학과 결합시켜야 한다. 이 책은 복지정책학이라는 학문을 보다 정합성을 갖추고, 복지과학의 철학과 인문학주의를 융합시켜 보다 체계화하려는 이러한 연구 분야를 ‘복지언어’라고 하였는데, 종래에 복지의 방법론이라는 이름 아래에 이루어진 연구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것을 좀 더 보태려 하였고, 이에 따라 필자가 지금까지 관심을 두어 발표한 논문들을 정리하였다. 다만, 이 책에서 논의하는 복지정책학이라는 학문은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Social Policy의 번역으로 그 속에는 이른바 복지학(Social Welfare)도 당연히 포함한다. 따라서 이들 용어들은 따로 정의하지 않고, 섞여서 사용되고 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 해야 할 일도 많고 갈 길도 아직도 멀다. 그럼에도 완벽하지 않지만 이 정도의 연구를 책으로 내어 놓아서 이 분야에 관심을 촉구하고자 한다. 이 책의 내용은 9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은 복지언어의 개념과 필요성을 논의하였고, 제2장은 복지에서의 실제 현상은 그 이론적 근거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연금의 패러다임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제3장은 복지와 일상언어를 살펴보았는데, 언어복지와 아울러 복지관료제의 언어를 다루었다. 제4장은 복지언어의 연구방법론을 다루었다.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사람이 살아가는 세계는 과학세계(객관세계)와 생활세계로 나뉘고, 이들 세계에서의 언어는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제5장은 복지언어의 모델을 제시해 보았다. 물론 복지언어 모델은 아직은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변용가능하고 적용가능하리라 본다.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복지현상은 표층(surface structure)에 나타난 모습으로, 그 기저(underlying)에는 심층구조(deep structure)가 있다. 심층구조란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것으로, 의미를 창출하는 층위이다. 표층에 나타난 모습은 그 의미의 근원인 심층에서 변형과정을 통해 표층으로 옮아간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 책은 심층에 있는 복지의 핵심가치를 인간, 생활세계와 행복, 사회적 행복, 정의(正義)로 보았다. 제6장은 매개변인으로서의 복지원리를 다루었는데, 매개변인이란 제5장에서 논의한 핵심가치가 표층으로 나타나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 매개변인에 속하는 것들은 복지주의와 시장주의, 평등과 자유, 사회통합, 공적복지(公的福祉), 통치기술로서의 실용을 제시하였다. 자유와 평등을 매개변인으로 본 것은 덜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라 민주주의 생활방식을 전제하기 위해서는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므로 다시 핵심가치로 논의할 필요성이 적다는 뜻이다. 제7장은 사회복지 분야에서의 용어 혼용에 대한 연구로 복지정책학이라는 학문에서도 용어가 엄밀하게 정의되지 않는 현상을 지적하였다. 제8장은 사회복지 전달체계에 관한 논의로 영국과 한국의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비교해서 다루었고, 제9장은 이 책의 결론으로 현재의 복지모습으로서의 복지언어를 살펴보고, 복지학이나 복지정책학의 목표를 사람의 행복한 삶에 두었으며, 여기에 발맞추어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나아갈 바를 제언하였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는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특히, 뉴카슬대학(Univ. of Newcastle upon Tyne)에서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갖도록 이끌어 준 John Veit- Wilson 교수, Colin Clark 교수, Peter Selman 교수와, 그곳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인도해 준 최영출 교수(충북대)에게 감사드린다. 또 행정언어연구회에서 함께 현상학을 공부하였던 분들에게도 감사드리며, 책의 출간에 온갖 정성을 다해 준 대영문화사에게도 감사드린다. 또 우리 곁을 떠난 권해수 교수(전 한성대)를 기리는 마음 가득하다. 아무쪼록 복지정책학의 정합성과 인문학주의에 기초한 복지언어 연구에도 관심을 두도록 하는 뜻을 인사말에 담는다.
2017년 1월 저자 이광석 차 례 머리말/3 제1장 복지언어의 개념과 필요성 11 제1절 복지언어의 개념 12 제2절 복지언어 논의의 중요성 22 제3절 사유언어 이론 25 제4절 사회권 및 복지권과 복지의무 34 제5절 복지의 모순성 36 제6절 복지와 사회적 연대성 41 제7절 복지와 복지전달체계 44
제2장 복지에서 이론과 실제-연금의 패러다임을 중심으로- 47 제1절 연금제도의 발달 48 제2절 국가지향적 패러다임의 성립과 특색 55 1. 베버리지 모델/55 2. 비스마르크 모델/58 제3절 시장지향적 패러다임의 성립과 특색 60 제4절 연금은 언제 가능한가? 64 제5절 한국의 국민연금제도 65 제6절 영국의 국민연금제도 69
제3장 복지와 일상언어 75 제1절 언어복지 75 1. 공동체 사이의 접촉에서 언어의 중요성/75 2. 진입장벽 이론/78 3. 언어복지와 정부의 역할/80 제2절 복지관료제와 언어 85 1. 언어를 보는 눈/85 2. 복지관료제 언어의 유형/90 3. 복지관료제 언어와 그 문제점: 시민들과 정부 사이 간격 넓히기/96 4. 복지관료제 언어의 은폐효과/98 제3절 쉬운 언어 운동 100 1. 영국의 쉬운 언어 운동/100 2. 미국의 쉬운 언어 운동/102
제4장 복지언어의 연구방법론 104 제1절 복지학에서의 언어적 전회 105 1. 몇몇 학문 분야에서의 언어적 전회/105 2. 외적 접근(E-approach)과 내적 접근(I-approach)/107 3. 복지학에서의 언어적 전회의 의의/109 제2절 복지언어와 세계 113 1. 과학세계의 언어/114 2. 생활세계의 언어/118 3. 포스트모던과 언어/120 제3절 표층구조와 심층구조 122 제4절 복지언어의 연구방법론 143
제5장 복지언어의 모델 151 제1절 복지언어 모델 151 제2절 복지의 핵심가치 153 1.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154 2. 생활세계(Life-World)/161 3. 사회적 행복(social happiness)/172 4. 정의(Justice)/190 제3절 복지패러다임과 복지언어 195 1. 효율성 패러다임/199 2. 공정성 패러다임/203
제6장 매개변인으로서의 복지원리 207 제1절 복지를 보는 관점: 복지주의와 시장주의 210 1. 사회민주주의/216 2. 신우파의 견해/217 제2절 평등과 자유 218 제3절 복지원리로서의 사회통합 222 1. 사회통합성의 개념/222 2. 사회통합성의 구성요소/224 3. 이념 속에서의 사회통합/226 4. 사회통합의 사회정책/227 제4절 공적복지(公的福祉) 229 1. 전통적 공적복지/238 2. 새로운 공공복지/243 제5절 통치기술로서의 실용 246 1. 실용주의(pragmatism)의 두 차원/247 2. 실용으로서의 복지: 중도(The Middle Way)/251 3. 적용과정에서의 굴절/252
제7장 사회복지 분야에서의 용어 혼용에 대한 연구 260 제1절 서 론 260 제2절 사회복지 측면에서의 언어적 모호성 262 1. 논의의 대상과 선행연구의 검토/262 2. 모호성의 언어(Vague Language) 이론/263 제3절 사회복지 분야에서의 용어 혼용 265 1. 용어 혼용의 몇 가지 보기/265 2. 논의의 틀/266 제4절 영국의 복지국가와 재편(再編)의 모습 268 1. 복지의 공급자/268 2. 영국의 복지국가와 사회민주주의 모델, 그리고 복지국가의 위기/270 3. 신보수주의적 재편: 복지국가 축소, 다른 복지공급자의 역할 증대/272 4. 신자유주의적 복지국가 개혁/274 제5절 신우파(The New Right)와 신자유주의, 그리고 신보수주의 275 1. 여러 학자들의 구별/276 2. 모호성의 언어(Vague Language)를 넘어서기 위하여/281 3. 두 흐름의 차이가 잘 나타나는 분야/284 제6절 결 론 286 제8장 사회복지 전달체계 287 제1절 서 론 287 제2절 사회복지 전달체계 개편의 관심과 선행연구 288 제3절 영국의 사회복지 전달체계 292 제4절 한국의 사회복지 전달체계 297 1. 한국에서의 개편 논의/297 2. 경상북도 읍?면?동사무소의 사회복지 전달체계 현황/300 제5절 결론 및 정책적 함의 303 1. 역할 분담과 복지사업의 분리 방안/303 2. 깔대기 현상 제거/305 3. 민관협력 체제 구축/305
제9장 패러다임의 전환 315 제1절 현재의 복지모습으로서의 복지언어 315 제2절 사람은 어떻게 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가? 332 제3절 복지학에서 과학철학과 인문학주의의 융합 335 참고문헌 343 찾아보기 371
저자약력 이광석(李光錫, Kwang-seok Lee) 영국 University of Newcastle upon Tyne에서 사회정책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관심분야는 복지정책, 국제행정, 다문화행정 등이며, 최근 논문으로는 “행정과 생활세계의 충돌과 조화에 관한 연구: 의식의 흐름방법을 적용한 밀양 송전탑 사태의 분석”(2014), “치매특별등급 제도운영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2016), “행정학에서 과학주의와 인문학주의의 대립과 대립 넘어서기에 관한 연구”(2016), “행정학에서 주관주의에 관한 연구: 행정학의 풍요로움은 방법론 논쟁으로부터”(2016) 등이 있고, 최근 저서로는 ??복지모순론??(2015), ??해석 현상학적 분석(Interpretative Phenomenological Analysis)??(2015: 김미영 교수와 함께 번역), ??정책으로서의 행정언어: 국어정책론??(2016), ??소통학: 학문, 문화, 응용??(공저: 2016), ??발전행정 시대의 정부와 사회: 새마을운동을 중심으로??(공저: 2016) 등이 있다. (lightstone@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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