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행정의 가치와 윤리
펴낸날 제1판 제1쇄 2019년 2월 18일
지은이 김호섭
펴낸이 임춘환
펴낸곳 도서출판 대영문화사
주소 (본사)사무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화로 70우신프라자 307호
(본사)물류센터: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덕산로107번길 68-50
등록 1975년 12월 26일 제3-16호
전화 (031)913-3062, (031)914-3884~3885
팩스 (031)913-3839
ⓒ 김호섭, 2019
ISBN 978-89-7644-731-9
값 22,000원
*잘못된 책은 바꾸어 드립니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차 례
머리말/3
주화인가, 척화인가?/11
제1부 행정윤리의 이해
제1장 행정윤리의 의의
1. 행정과 윤리적 관심 17
2. 행정윤리란?20
3. 유사 개념26
4. 행정윤리의 학문적 성격31
5. 왜 공무원(정부조직)은 윤리적이어야 하는가?36
제2장 윤리규범으로서 행정가치
1. 행정가치의 일반적 속성41
2. 행정가치의 내용: 개관43
3. 공익과 공직가치47
제3장 인간 행위에 대한 윤리적 접근
1. 목적론(Teleology)57
2. 의무론(Deontology)61
3. 덕이론(Virtue Theory)64
4. 윤리적 접근과 실천적 질문66
제2부 행정가치
제4장 행정가치의 인식론적 본질: 합리성과 도덕성
1. 합리성72
2. 도덕성78
3. 딜레마의 시작84
제5장 행정가치와 행태적 가정
1. 관료주의와 행정가치88
2. 민주주의와 행정가치102
제6장 절차적 가치로서 행정책임
1. 행정책임의 논리119
2. 합법성은 행정가치인가?140
제7장 행정가치의 갈등: 해소인가 딜레마인가?
1. 접근방법의 모색161
2. 가치갈등의 이론적 접근164
3. 가치갈등의 실천적 접근183
4. 요약 및 함의199
제3부 윤리적 행정을 향하여
제8장 비윤리적 행위의 이해
1. 비윤리적 행위의 유형과 속성205
2. 비윤리적 행위의 원인213
3. 윤리성 제고 전략의 탐색223
제9장 윤리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접근
1. 제도적 접근의 유용성227
2. 윤리강령(행동강령)229
3. 이익충돌(이해충돌) 규제237
4. 내부고발과 공익신고254
5. 재산신고와 퇴직 후 취업제한270
제10장 윤리프로그램
1. 윤리프로그램의 구성 요소287
2. 윤리프로그램의 실태293
제11장 행정윤리의 방향과 과제
1. 무엇이 필요한가?309
2. 행정윤리와 문화의 조화310
3. 고위공직의 윤리318
4. 법적 통제의 실효성 제고325
5. 행정윤리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334
참고문헌/337
찾아보기/355
머리말
1980년대 이후 행정학 분야에서 가장 핵심적 주제는 혁신(개혁)과 윤리였다. 이 가운데, 혁신은 (그 방향이 옳든 그르든) 비교적 이론 및 실천적 차원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신자자유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한 신공공관리론이 이런 흐름을 주도했다. 이에 비해 윤리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변화나 성과가 덜 가시적이었다. 연구의 당위성이나 실천적 필요성과 달리 연구의 내용, 범위, 방법론 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가운데, 학자들의 개인적 관심에 따라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행정윤리는 연구나 교육 면에서 보편화된 이론체계나 분석 틀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우리의 경우, 소수의 학자들 중심으로 행정윤리에 관한 논의가 전개되어 왔다. 심각한 부패 스캔들로 사회적 관심이 커질 때는 부패 관련 연구가 갑자기 늘어나는 해프닝도 있었다. 최근에는 부패 대신 윤리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고, 관심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학자들 간의 학문적 교류가 부족하고, 특히 행정윤리가 무엇인지, 무엇을 다룰 것인지, 어떻게 이를 교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4년제 대학에는 행정학과가 설치되어 있다. 이 중 행정윤리나 행정철학을 교과과정에 편성한 대학은 많으나, 실제 강좌를 제공하는 학과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학과들은 조직의 관리자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두고, 관리자로서 ‘옳은 일’을 하기(do the right things)보다 일을 ‘잘’할 수 있도록(do things right) 가르치는 데 치중한다. 조직, 예산, 인사 관련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창의적 관리자를 양성하려는 것이다.
우리나라 행정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행정의 ‘권력성’임을 감안하면, 이런 현상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공무원들의 전문성보다 이들이 개입된 정치적 역학관계가 행정의 내용과 질을 결정짓는 중요 변수라면, 미래의 정책결정자들에게 관리기술을 가르치기에 앞서 이들이 옳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또는 옳은 일이 무엇인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보다 중요할지 모른다.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 하에 현대 행정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를 연구하는 행정윤리를 논한다. 이 책은 일반윤리학(철학)의 내용이나 행정의 윤리적 이슈들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공직사회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딜레마를 좀 더 슬기롭게 다루는 데 필요한 이론적(윤리학적) 도구를 제공하고, 동시에 (비)윤리적 행위를 (통제)조장하는 제도 및 윤리프로그램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실천적 지식을 논한다. 이 책은 독자들이 모두 도덕적 자세를 갖춘 이성적 존재임을 가정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옳고 그름의 구분이나 이들 간 선택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들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선택에 필요한 윤리적 상상력과 자신들의 윤리적 판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규범적 역량이다.
‘현대’란 부제를 붙인 것은 이 책이 우리나라의 정체인 민주주의를 전제로 함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에 걸맞은 윤리체계와 가치를 논하려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고유한 문화나 전통적 가치가 행정윤리와 무관 또는 부적절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전통윤리는 오늘의 국가와 국민을 바라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달라 우리가 원하는 바람직한 공직자상으로 내재화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지적할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유교를 비롯한 전통적 윤리관에 입각한 덕목이나 가치들은 다른 문헌의 연구대상으로 남긴다.
이 책은 일반윤리학이 도덕이란 주제를 갖고 ‘바람직한’ 행위를 논하듯, 공직사회에서 바람직한 행정이 무엇인지를 논한다. 바람직한 행정은 옳은 행정 혹은 좋은 행정을 지칭하기에, 행정윤리의 핵심은 결국 행정가치를 논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현대 행정에서 가치는 크게 두 가지 제도, 즉 관료주의와 민주주의를 둘러싼 규범들을 포괄하고, 이들 간의 균형 있는 추구가 현대행정의 주된 과제로 남게 되었다.
이 책은 행정윤리의 의미, 내용, 방향 등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논한다. 제1부에서는 행정윤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행정윤리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떤 내용을 담게 되는지를 논한다. 제2부에서는 행정가치를 중심으로, 행정가치의 유형, 내용 및 행태적 가정들을 논한다. 행정가치는 크게 내용과 절차적 가치로 나뉘어 소개된다. 행정가치의 인식론적 기반이 되는 도덕성과 합리성을 중심으로 관료주의 가치와 민주주의 가치의 속성을 규명하고, 이런 가치들이 공직자들(공공조직)에게 어떤 행동을 요구하는지를 행태적 가정이란 주제로 논한다. 그리고 행정가치 간 갈등과 이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접근법을 행정이론에 비추어 분석하고, 실천적 차원에서 해소 가능성을 가상적 시나리오를 통해 탐색한다. 마지막 제3부에서는 행정의 윤리성 제고를 위한 실천적 방안들을 검토한다. 비윤리적 행위의 원인을 확인하고, 윤리적 행위에 관한 조직심리학적 모형을 설정해서 윤리성 제고방안을 제도와 사업이라는 두 개의 차원에서 논한다.
이 책은 그간 필자가 관심을 가져온 주제들을 논리적으로 연계하고, 행정윤리의 내용 및 구성에 관한 하나의 접근법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책의 일부에 필자의 기존 논문이 활용되었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원문의 내용이 축약되거나 주(註)가 생략되었다. 특히 제도 관련 부분은 법 개정으로 인해 많은 내용이 수정․보완되었다. 책을 읽는 도중 제도의 변경 내용과 참고문헌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이 필요하면 기존 논문들을 참조하기 바란다.
이 책은 교과서나 입문서가 아닌 전문서적으로서 학부의 고급학년이나 대학원생, 그리고 실무 경험이 있는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쓰여진다. 행정에 관한 기본 개념이나 기초 이론에 대한 학습이 선행되어야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의 주제별로 난이도가 달라 글을 읽는 과정에서 정독을 요하는 부분이 있고, 특히 제도에 관한 부분은 법 조항의 성격상 다소 지루함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정독하길 바란다. 장별 제목만 보면 다소 독립된 주제를 다루는 것 같으나, 내용상으로는 이론, 실제(사례), 제도, 처방(대안) 등 모든 주제들이 순차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이 책을 출간하기까지 대략 20년이 걸렸다. 그만한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출간 자체를 놓고 망설인 기간이 길었다. 망설임은 우리나라 공직사회에서 윤리를 논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되었다. 너무나 많은 대형 비리가 정권을 초월해 지속되고, 옳은 것 간의 선택이 아니라 그른 것이 정상처럼 보이는 체제적 부패가 존속하는 상황에서 윤리를 논하는 것이 사치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이런 점에서 두 명의 대통령이 동시에 수감되는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이 책을 출간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다.
정년을 앞둔 교수가 집필하는 전문서적을 기꺼이 출간토록 도와주신 대영문화사 임춘환 사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40여 년 전 관악산 연구실에서 젊은 대학원생과 젊은 사업가로서 처음 만나 맺은 인연이 새삼 떠오른다. 중앙대학교 박흥식 교수님과 한국행정연구원 최순영 박사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윤리프로그램의 실태(제10장)는 이분들과 함께 공동 수행한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각자 주된 집필 영역은 있었지만, 프로젝트 수행 시 담론을 통해 많은 지적 도움을 얻었다. 끝으로 필자가 개설한 행정윤리 강좌에 참여해 토론과 피드백을 해 준 아주대학교 행정학과 대학원생들과 학부생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한다. 동일한 주제를 놓고 매번 다른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학생들은 늘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는 자극제가 되었다.
2018년 12월 원천동에서
저자가
현대 행정의 가치와 윤리
펴낸날 제1판 제1쇄 2019년 2월 18일
지은이 김호섭
펴낸이 임춘환
펴낸곳 도서출판 대영문화사
주소 (본사)사무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화로 70우신프라자 307호
(본사)물류센터: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덕산로107번길 68-50
등록 1975년 12월 26일 제3-16호
전화 (031)913-3062, (031)914-3884~3885
팩스 (031)913-3839
ⓒ 김호섭, 2019
ISBN 978-89-7644-731-9
값 22,000원
*잘못된 책은 바꾸어 드립니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차 례
머리말/3
주화인가, 척화인가?/11
제1부 행정윤리의 이해
제1장 행정윤리의 의의
1. 행정과 윤리적 관심 17
2. 행정윤리란?20
3. 유사 개념26
4. 행정윤리의 학문적 성격31
5. 왜 공무원(정부조직)은 윤리적이어야 하는가?36
제2장 윤리규범으로서 행정가치
1. 행정가치의 일반적 속성41
2. 행정가치의 내용: 개관43
3. 공익과 공직가치47
제3장 인간 행위에 대한 윤리적 접근
1. 목적론(Teleology)57
2. 의무론(Deontology)61
3. 덕이론(Virtue Theory)64
4. 윤리적 접근과 실천적 질문66
제2부 행정가치
제4장 행정가치의 인식론적 본질: 합리성과 도덕성
1. 합리성72
2. 도덕성78
3. 딜레마의 시작84
제5장 행정가치와 행태적 가정
1. 관료주의와 행정가치88
2. 민주주의와 행정가치102
제6장 절차적 가치로서 행정책임
1. 행정책임의 논리119
2. 합법성은 행정가치인가?140
제7장 행정가치의 갈등: 해소인가 딜레마인가?
1. 접근방법의 모색161
2. 가치갈등의 이론적 접근164
3. 가치갈등의 실천적 접근183
4. 요약 및 함의199
제3부 윤리적 행정을 향하여
제8장 비윤리적 행위의 이해
1. 비윤리적 행위의 유형과 속성205
2. 비윤리적 행위의 원인213
3. 윤리성 제고 전략의 탐색223
제9장 윤리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접근
1. 제도적 접근의 유용성227
2. 윤리강령(행동강령)229
3. 이익충돌(이해충돌) 규제237
4. 내부고발과 공익신고254
5. 재산신고와 퇴직 후 취업제한270
제10장 윤리프로그램
1. 윤리프로그램의 구성 요소287
2. 윤리프로그램의 실태293
제11장 행정윤리의 방향과 과제
1. 무엇이 필요한가?309
2. 행정윤리와 문화의 조화310
3. 고위공직의 윤리318
4. 법적 통제의 실효성 제고325
5. 행정윤리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334
참고문헌/337
찾아보기/355
머리말
1980년대 이후 행정학 분야에서 가장 핵심적 주제는 혁신(개혁)과 윤리였다. 이 가운데, 혁신은 (그 방향이 옳든 그르든) 비교적 이론 및 실천적 차원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신자자유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한 신공공관리론이 이런 흐름을 주도했다. 이에 비해 윤리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변화나 성과가 덜 가시적이었다. 연구의 당위성이나 실천적 필요성과 달리 연구의 내용, 범위, 방법론 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가운데, 학자들의 개인적 관심에 따라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행정윤리는 연구나 교육 면에서 보편화된 이론체계나 분석 틀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우리의 경우, 소수의 학자들 중심으로 행정윤리에 관한 논의가 전개되어 왔다. 심각한 부패 스캔들로 사회적 관심이 커질 때는 부패 관련 연구가 갑자기 늘어나는 해프닝도 있었다. 최근에는 부패 대신 윤리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고, 관심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학자들 간의 학문적 교류가 부족하고, 특히 행정윤리가 무엇인지, 무엇을 다룰 것인지, 어떻게 이를 교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4년제 대학에는 행정학과가 설치되어 있다. 이 중 행정윤리나 행정철학을 교과과정에 편성한 대학은 많으나, 실제 강좌를 제공하는 학과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학과들은 조직의 관리자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두고, 관리자로서 ‘옳은 일’을 하기(do the right things)보다 일을 ‘잘’할 수 있도록(do things right) 가르치는 데 치중한다. 조직, 예산, 인사 관련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창의적 관리자를 양성하려는 것이다.
우리나라 행정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행정의 ‘권력성’임을 감안하면, 이런 현상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공무원들의 전문성보다 이들이 개입된 정치적 역학관계가 행정의 내용과 질을 결정짓는 중요 변수라면, 미래의 정책결정자들에게 관리기술을 가르치기에 앞서 이들이 옳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또는 옳은 일이 무엇인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보다 중요할지 모른다.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 하에 현대 행정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를 연구하는 행정윤리를 논한다. 이 책은 일반윤리학(철학)의 내용이나 행정의 윤리적 이슈들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공직사회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딜레마를 좀 더 슬기롭게 다루는 데 필요한 이론적(윤리학적) 도구를 제공하고, 동시에 (비)윤리적 행위를 (통제)조장하는 제도 및 윤리프로그램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실천적 지식을 논한다. 이 책은 독자들이 모두 도덕적 자세를 갖춘 이성적 존재임을 가정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옳고 그름의 구분이나 이들 간 선택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들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선택에 필요한 윤리적 상상력과 자신들의 윤리적 판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규범적 역량이다.
‘현대’란 부제를 붙인 것은 이 책이 우리나라의 정체인 민주주의를 전제로 함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에 걸맞은 윤리체계와 가치를 논하려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고유한 문화나 전통적 가치가 행정윤리와 무관 또는 부적절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전통윤리는 오늘의 국가와 국민을 바라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달라 우리가 원하는 바람직한 공직자상으로 내재화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지적할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유교를 비롯한 전통적 윤리관에 입각한 덕목이나 가치들은 다른 문헌의 연구대상으로 남긴다.
이 책은 일반윤리학이 도덕이란 주제를 갖고 ‘바람직한’ 행위를 논하듯, 공직사회에서 바람직한 행정이 무엇인지를 논한다. 바람직한 행정은 옳은 행정 혹은 좋은 행정을 지칭하기에, 행정윤리의 핵심은 결국 행정가치를 논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현대 행정에서 가치는 크게 두 가지 제도, 즉 관료주의와 민주주의를 둘러싼 규범들을 포괄하고, 이들 간의 균형 있는 추구가 현대행정의 주된 과제로 남게 되었다.
이 책은 행정윤리의 의미, 내용, 방향 등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논한다. 제1부에서는 행정윤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행정윤리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떤 내용을 담게 되는지를 논한다. 제2부에서는 행정가치를 중심으로, 행정가치의 유형, 내용 및 행태적 가정들을 논한다. 행정가치는 크게 내용과 절차적 가치로 나뉘어 소개된다. 행정가치의 인식론적 기반이 되는 도덕성과 합리성을 중심으로 관료주의 가치와 민주주의 가치의 속성을 규명하고, 이런 가치들이 공직자들(공공조직)에게 어떤 행동을 요구하는지를 행태적 가정이란 주제로 논한다. 그리고 행정가치 간 갈등과 이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접근법을 행정이론에 비추어 분석하고, 실천적 차원에서 해소 가능성을 가상적 시나리오를 통해 탐색한다. 마지막 제3부에서는 행정의 윤리성 제고를 위한 실천적 방안들을 검토한다. 비윤리적 행위의 원인을 확인하고, 윤리적 행위에 관한 조직심리학적 모형을 설정해서 윤리성 제고방안을 제도와 사업이라는 두 개의 차원에서 논한다.
이 책은 그간 필자가 관심을 가져온 주제들을 논리적으로 연계하고, 행정윤리의 내용 및 구성에 관한 하나의 접근법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책의 일부에 필자의 기존 논문이 활용되었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원문의 내용이 축약되거나 주(註)가 생략되었다. 특히 제도 관련 부분은 법 개정으로 인해 많은 내용이 수정․보완되었다. 책을 읽는 도중 제도의 변경 내용과 참고문헌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이 필요하면 기존 논문들을 참조하기 바란다.
이 책은 교과서나 입문서가 아닌 전문서적으로서 학부의 고급학년이나 대학원생, 그리고 실무 경험이 있는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쓰여진다. 행정에 관한 기본 개념이나 기초 이론에 대한 학습이 선행되어야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의 주제별로 난이도가 달라 글을 읽는 과정에서 정독을 요하는 부분이 있고, 특히 제도에 관한 부분은 법 조항의 성격상 다소 지루함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정독하길 바란다. 장별 제목만 보면 다소 독립된 주제를 다루는 것 같으나, 내용상으로는 이론, 실제(사례), 제도, 처방(대안) 등 모든 주제들이 순차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이 책을 출간하기까지 대략 20년이 걸렸다. 그만한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출간 자체를 놓고 망설인 기간이 길었다. 망설임은 우리나라 공직사회에서 윤리를 논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되었다. 너무나 많은 대형 비리가 정권을 초월해 지속되고, 옳은 것 간의 선택이 아니라 그른 것이 정상처럼 보이는 체제적 부패가 존속하는 상황에서 윤리를 논하는 것이 사치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이런 점에서 두 명의 대통령이 동시에 수감되는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이 책을 출간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다.
정년을 앞둔 교수가 집필하는 전문서적을 기꺼이 출간토록 도와주신 대영문화사 임춘환 사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40여 년 전 관악산 연구실에서 젊은 대학원생과 젊은 사업가로서 처음 만나 맺은 인연이 새삼 떠오른다. 중앙대학교 박흥식 교수님과 한국행정연구원 최순영 박사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윤리프로그램의 실태(제10장)는 이분들과 함께 공동 수행한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각자 주된 집필 영역은 있었지만, 프로젝트 수행 시 담론을 통해 많은 지적 도움을 얻었다. 끝으로 필자가 개설한 행정윤리 강좌에 참여해 토론과 피드백을 해 준 아주대학교 행정학과 대학원생들과 학부생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한다. 동일한 주제를 놓고 매번 다른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학생들은 늘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는 자극제가 되었다.
2018년 12월 원천동에서
저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