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생산적 복지라는 용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그 정확한 의미와 맥락은 미처 파악하지 못했지만, 비생산적 혹은 소모적 복지에 대한 대안적 용어가 아니었나 싶다. 생산적이란 점에서 미래의 보수가 예비 되어있다는 의미가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용법으로 말하라면, 여기에 모아 놓은 글들은 별로 생산적이지 못하다. 행정학과 관련된 글이지만, 정확한 이론적 논의나, 현실 행정에 대한 생산적 처방 및 대안의 제시에 이르지 못했고, 행정의 미래에 대한 뚜렷한 전망을 담고 잇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굳이 여기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행정의 존재 양식에 대한 비판적 시각들을 조명하고, 역사적 사회적 맥락이 다른 우리가 이를 어떻게 수용할 것이냐는 쟁점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진부한 내용들이 되풀이된 감이 없지 않다. 행정철학이 빈곤한 상태에서 나온 이 글들을 묶어내는데 주저했던 점도 바로 이때문이었다. 더구나 급변하는 행정의 세계에서 새로운 시각과 관점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자임하면서 그 위용을 들어내고 있는 시기에, 철지난 옷을 입은 채 무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처지에 대한 괴로움도 거기에 한 몫을 한 것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모두 독립된 형태로 쓰여졌지만, 관심의 초점은 주로 행정에 대한 이해 및 존재양식의 탐구와 연관되어 있다. 왈도, 하몬, 덴하트, 파머에 대한 분석도 그러한 작업의 일환이었다. 이들은 맥락은 다르지만 각기 주류 행정학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공유하고, 인간의 자유로운 사고와 정신의 고양, 합리성의 한계에 대한 투철한 인식 그리고 행정의 비인격적 질서가 빚어내는 삶의 획일화 및 비인간화에 대한 우려를 끊임없이 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우리의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의 부가적 관점은 현실의 행정세계와 연간된 행정 혹은 관료제의 언어는 이 보다 상위개념인 지배의 언어에 종속된다고 하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입장에 대해서 반론이 제기될 수 있으나, 그 동안 국가가 이른바 지배의 양식과 그 기제를 정교하게 발전시켜왔고, 그런 가운데 행정이 그 첨병 노릇을 해온 것을 상기한다면 이러한 관점이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지배의 언어’는 이전에 출간된 단행본의 한 부분이지만 행정의 언어와 밀접히 연관된다는 점에서 이 책에 포함시켰다. 작고한 시인 김수영의 산문의 분석은 지배의 언어와 대칭 되는 곳에 위치한 ‘사회적 언어’의 한 사례로서 제시된 것이다. 행정학도가 시인의 산문을 얼마나 정확하게 독해하였는지는 의문이지만, 형식에 매이지 않은 그의 산문은 꼼꼼한 각주로 무장한 이른바 학술논문의 학문에 대한 기여 못지 않게 소중하다는 것이 글쓴이의 견고한 생각이다. ‘한국행정의 미래’는 공동을 집필되었던 『한국의 行政史』의 한 장(章)인데, 출판사의 양해하에 이 책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생산적 담론을 위해서 몇 개의 삽화를 마지막 부분에 편입시켰다. 글쓴이의 궁극적 의도는 권력 또는 지배의 기제로 작용하는 행정의 세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상호성에 토대를 둔 삶의 기회의 확대’이다. 사회적 언어의 확장 혹은 그 가능성의 탐구도 이러한 맥락에서 제시된 것이다. 다만 조작적 개념을 통해서 이를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는 앞으로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지배 및 행정의 언어를 통해서 우리의 삶이 훼손되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개선과 시정을 요구하고, 행동의 변화로 나타나도록 진력해야 할 것이란 점이다. 이것이 우리시대의 지식인의 몫이고, 행정철학의 사명이고, 각성된 시민들의 도덕적 의무일 것이다. 경제한판의 후유증 속에서도 햇빛을 보게 한 임춘환 사장님, 책의 편제 및 편집을 위해 귀중한 시간을 쪼개준 박기관 박사, 그리고 고단한 삶의 과정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분들, 특히 양시호 선생님, 가형 그리고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2001년 여름 柳光鎬 차 례 -행정철학의 과제 -문명, 역사 그리고 행정 -인간주의적 행정관 -조직의 그늘에서 -행정, 모더니즘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 -지배의 언어 -사회적 언어의 가능성 -한국행정의 미래 -생산적 담론을 위하여 저자약력 유광호(柳光鎬) 건국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 행정학박사 상지대학교 인문사회대 학장, 부총장 역임 상지대학교 교수(현재) 저서 및 기타 「관료제도론 : 이론, 역사, 실제」, 1995 「지배의 언어를 넘어서」, 1998 「한국의 行政史」(공저), 2001 「행정철학」(마이클 하몬, 공역), 1995 History of Public Administration(ed.), 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