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정부(국가)와 기업(시장)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는 한 국가의 성공적인 경제 운영과 직결된 문제이다. 이 점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등장이 본격화된 16세기 이래 시장실패라는 개입 논리와 정부실패라는 방임 논리를 둘러싸고 전개된 치열한 논쟁을 통해 잘 나타나고 있다. 중상주의의 열풍 속에서 16~17세기를 풍미한 국가개입주의와 산업혁명의 위력에 편승해 18~19세기를 주도한 자유방임주의는 20세기의 개막이후에도 숨막히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왔다. 산업혁명의 선도국인 영국과 미국이 시장의 논리를 앞세워 20세기의 개막을 주도하였지만 곧바로 국가의 논리를 앞세운 독일과 일본 및 러시아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국가의 논리는 20세기 중반 개입주의를 표방한 라틴아메리카의 실패가 표출되면서 역사의 전면에서 일시 후퇴하게 된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동아시아 국가들의 성공적인 경제 운영은 본격적으로 국가에 대한 관심을 촉진시키는 주요 계기로 작용하게 된다. 하지만 21세기의 개막을 목전에 두고 동아시아 일원에 발생한 구제 금융(IMF)의 도미노 현상은 새로운 논쟁의 불씨를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지식정보혁명의 패권 장악을 둘러싼 각국 간의 국가경쟁력 우위 경쟁은 산업정책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로 규정해 볼 수 있다. 당대의 이론은 당대의 현실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이 점에서 정부-기업 관계론(산업정책론)도 예외가 아니다. 20세기를 통해 경제학의 새로운 분야로 거센크로니언 개발경제학과 신고전파 경제학 및 케인시언 거시경제학이 태동하였을 뿐만 아니라 학제적 연구를 표방한 정치경제학 분야에서는 국가론 논쟁의 주역으로 신고전파(발전론=근대화론)를 비롯해 신마르크시언(저발전론=제3세계론)과 신베버리언(신중상주의), 조합주의(corporatism)와 신제도주의(역사제도주의와 합리제도주의 및 정책네트워크론) 및 신자유주의가 현실의 반전과 그 궤를 같이하면서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20세기의 신생 학문으로 출범한 행정학은 정치와의 단절을 표방한 원죄 때문에 자시의 안마당인 핵심 정책과제들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회피하기 어렵다. 물론 신생 학문들이 경험하는 정체성의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독점적 배타적인 영역 설정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이 점에서 행태주의 혁명이라는 호기를 활용해 기술주의 원리주의 행정학의 한계를 극복한 것은 초기 행정학의 도약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안마당 지키기에 급급했던 당시 미국 주도 행정학계의 편협성은 이후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 점은 후기행태주의 혁명의 영향으로 행정학의 변신을 시도한 신행정론이나 정책학 패러다임은 물론 비록 제3세계 포섭이라는 미국 정부의 이해 관계에 부응하기 위해 급조된 분야이기는 하지만 발전행정론이 제기한 문제 제기를 통해 잘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현실 문제에 대한 적극적 관심을 통해 행정학 연구 경향의 변화를 추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도 미국 내 사회문제들이 진정되고 대외적으로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강화되면서 힘을 잃게 된다. 특히 정책학 패러다임이 당시 경영학을 중심으로 발전된 관리분석 기법에 대한 모방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당초의 야성을 상실한 점도 행정학이 핵심 정책과제들과 멀어지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앞서 소개한 일련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적어도 안정된 시장과 강력한 민간 부문의 전통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에서 행정학의 축소 지향적 자리매김은 당연한 귀결로 평가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는 한국 행정학의 방향성은 어떠해야 하는가 이러한 물음에 직면하여 여기에서는 적어도 우리의 행정학은 미국과는 달라야 한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 점에서 이 책은 1980년대 이후 한국 행정학계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정치경제학적(국가론) 접근방법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대부분의 지구촌 국가들이 자국의 현실을 반영하는 행정학을 개척하고 있듯이 우리 행정학도 미국 행정학의 권위에 무임승차하던 생존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행정학을 대치하는 용어로 최근 정부학이라는 용어가 각광받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물론 정부학이라는 용어에 주목하는 학자들의 생각은 각기 다양하겠지만 여기에서는 이를 일시적인 유행으로 치부하기보다 다음과 같은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즉, 정부에서 거버넌스(governance)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모토가 시사하듯이 행정학계가 생존의 위기 시대를 맞이하여 좀더 적극적인 현실인식과 대안적 지평을 개척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게 된 새로운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한편 지금까지 제시된 포괄적 문제 인식을 반영하는 이 책의 구성과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기본적인 정향의 측면에서 정부와 기업 간의 관계를 평면적으로 분석하기보다 정부(정책)의 독립변수적 역할에 초점을 부여하였다. 이 점에서 산업정책의 정치경제라는 부제를 달게 되었다. 물론 산업정책이라는 용어가 경제 운영을 둘러싼 정부와 기업 간의 상호작용을 모두 담아 내기는 역부족이다. 거시경제(재정과 금융), 통상(무역), 노동(인력), 과학기술 등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부개입의 논리와 높은 수준의 친화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편제의 측면에서 이 책은 크게 일반론과 사례분석 및 미래 전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론은 말 그대로 사례분석과 미래 전망의 기초가 되는 주요 개념과 접근방법들에 대한 소개에 주력하였다. 그리고 사례분석은 산업별 사례(자동차, 전자, 섬유, 반도체, 정보통신 등)는 물론 정책주체별 사례(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및 인접 분야 사례(거시경제, 통상, 노동, 과학기술)들을 포괄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또한 미래 전망에서는 국가와 시장간의 관계 설정을 둘러싼 일반적 쟁점은 물론 산업정책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한편 이 책은 세 사람에 의한 공저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필자들은 책을 출간하겠다는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모인 것이 아니라 고려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의 선후배 사이로서 학위 과정 이래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고 논문들을 발표하였기에 이러한 자료들을 엮어 공개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라는 자연스러운 공감대가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이 책은 학위 논문이나 각종 논문집에 발표한 내용들을 토대로 구성하였다. 독자들을 위해 일정 수준까지 교과서의 형식을 취하려고 노력하였지만 아직은 하계가 많다는 점을 미리 밝혀 둔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독자들의 조언과 충고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추후 보완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출간하기까지 도움을 준 필자들의 가족과 고려대학교 행정학과의 교수님들 및 선후배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아울러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출간을 흔쾌히 수락해 주신 임춘환 사장님의 배려에 고마움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2000년 2월 저자 일동 차 례 제1부 산업정책 일반론 제1장 산업정책론의 기원과 전개 : 대두 배경, 개념, 수단 및 유형 제2장 산업정책의 접근방법 : 동아시아 고도성장의 동인을 중심으로 제3장 국가 개입과 경제 성장 : 지대추구론 비판 제4장 개별 국가의 산업정책 : 정책정향과 제도
제2부 산업정책 사례분석 제5장 섬유 및 전자산업정책 : 산업정책과 기업이익연합체의 역할 제6장 자동차산업정책 : 정부정책에 대응한 기업의 기술혁신 전략 제7장 정보통신산업정책 : 정책 변화와 신제도주의 제8장 산업금융정책 : 재정금융제도의 유형 변화와 재벌 통제정책의 효과성 제9장 산업인력정책 : 외국 인력의 유입에 따른 정부의 정책대응 제10장 산업기술정책 : 조직의 기술학습과 제도, 그리고 기술 진화 제11장 지역산업정책Ⅰ : 지방 중심 정책네트워크 재설계의 방향과 원칙 제12장 지역산업정책Ⅱ : 지방정부의 외국 자본 유치활동 및 전략
제3부 산업정책의 미래 제13장 미래 환경 변화의 추세와 우리의 대응 : 외환위기를 중심으로 제14장 산업구조 고도화와 정부 - 기업간 정책네트워크의 변화 제15장 규제개혁과 성장산업정책 : 문화산업과 안전산업을 중심으로 제16장 국가경쟁력의 위기와 산업정책의 미래 제17장 정책 패러다임, 산업구조 그리고 정책 변화 :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제18장 거버넌스의 구현과 정부간 관계의 미래 : 지방 중심 경제발전 모형의 탐색
저자약력 김시윤(金時潤) 고려대학교(행정학 박사) 미국 퍼듀대학 교환교수 현재 경일대학교 행정학과 부교수
김정렬(金正烈) 고려대학교(행정학 박사) 선문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현재 규제개혁위원회 전문위원
김성훈(金誠勳) 고려대학교(행정학 박사) 호서대학교 정책학과 겸임교수 현재 노사정위원회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