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파르마콘 :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약학상의 용어로, 질병을 내재하고 있는 약, 독과 약을 동시에 갖고 있는 약물. 규제는 파르마콘(pharmacon)이다. 규제는 끊임없이 탄생하고 다듬어져야 한다. 규제개혁은 규제현실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규제는 독성(毒性)을 내재하고 있는 약(藥), 파르마콘(pharmacon)*이다. 필자는 30여년의 공직생활 동안 세 차례에 걸쳐 많은 세월을 규제개혁의 화두에 몰두했다. 1998년 3월 1일, 우리나라 규제개혁 역사의 전환점이라는 「행정규제기본법」이 시행된 시점에서는 ‘규제란 무엇인가?’, ‘규제를 어떻게 분류하고 등록 단위를 정할 것인가?’, ‘규제영향분석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새로운 제도의 출발점에서 기초적인 디딤돌을 놓는 데 고심했다. 이어 진행된 ‘규제 수량 50% 감축’이라는 세계에 전무후무한 목표에 매달리기도 했다. 2009년에는 ‘한시적 규제유예’라는 새로운 규제개혁의 기법을 구상하고, 어떻게 개념을 정리하고, 무슨 규제를 선정해 유예할 것인가로 고심했다. 필자가 위 두 번의 규제개혁의 화두에 매달리던 시점은 묘하게도 한국이 해외 투자가 절박한 경제위기의 시기였다. 1998년은 ‘아시아 외환위기’로 인한 IMF 구제금융 이후의 시점이었고, 2009년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미국의 리먼브라더스(Lehman-Brothers) 파산 이후 몰아친 ‘글로벌 경제위기’의 시기였다. 모두 해외 투자의 확충과 경제위기 조기 극복을 위한 규제개혁이 강조된 시기였다. 규제개혁이 절실한 시점에 규제개혁의 현장에서 화두에 매달린 기억이 더없는 보람이기도 하다. 2010년 이후에는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에서 기업의 애로와 현장의 잘못된 규제를 찾아 이곳저곳을 돌기도 했다. 이런저런 규제정책과 규제개혁 경험의 끝에서 규제를 독(毒)을 내재하고 있는 약(藥), 파르마콘으로 부르고자 한다. 규제는 끊임없이 탄생하고 끊임없이 다듬어야 한다 규제는 바람직한 경제사회의 질서를 위해 처방된 누구나 지켜야 하는, 필요한 사회 질서용 약(藥)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국민의 안전이 강조되며, 산업의 융․복합화가 진행될수록 규제는 탄생될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개발되어야 하는 약이다. 우리 사회의 약으로 만들어진 규제가 ‘길을 막는 전봇대’, 성가신 ‘신발 속의 돌멩이’ 심지어는 도려내야 할 ‘암 덩어리’로까지 비유되고 있다. 규제에 내재된 독성이 왜 약성보다 더 강하게 나타나는가? 규제는 끊임없이 탄생하고, 끊임없이 독성을 다듬는 개혁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했다. 그 이유를 찾아가는 것이 바로 규제개혁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규제개혁은 규제현실화와 구분되어야 한다 규제의 독성을 다스리는 규제개혁, 그 규제개혁의 노력에서는 역대 정부 모두 고심하고 노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규제개혁의 필요성은 더 높게 제기되고, 개혁의 성과가 피부에 제대로 와닿지 않는다는 불만이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간 우리의 규제개혁은 정부가 과제를 발굴한 것도 있으나 주로 피규제자로부터 애로를 건의받아 문제를 해결해 주는 방식으로 추진했다. 단편적인 현재의 애로를 해결하는 방식은 규제현실화에 불과하다. 규제현실화는 기술 발달과 경제사회의 규제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는 오늘날에는 곧 추가적인 애로와 다른 규제의 개선을 요구하게 된다. 규제현실화는 이미 걸림돌로 작용된 이후에 해결(개선 시점의 실기)하는 것으로서, 건의된 현재 애로의 치유(현재 문제의 해결)에 그치게 되고, 건의되거나 발굴한 대상(개별 규제에 한정)의 개혁에 그치게 된다. 규제개혁,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규제는 정책 목표를 실현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현실 치유적인 규제현실화는 규제의 정책 목표 달성을 유도하고 선도하는 기능의 작동을 어렵게 한다. 규제개혁은 규제현실화에서 벗어나 기업과 국민이 규제를 준수하면 바람직한 정책 목표가 실현되고 유도되도록 미래 지향적이고 전략적인 규제개혁이 필요하다. 전략적 규제개혁은 규제를 통해 실현하려는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개혁의 대상 선정, 대상에 적합한 규제개혁 기법의 적용, 마련된 개선안을 담는 법제화 방식, 나아가 집행절차의 투명화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전략에 입각해서 체계적으로 추진해 보자는 것이다. 규제개혁의 기법 또한 다양하다. 한시적 규제유예, 규제일몰제, 성과 기준 설정, 규제영향분석 등 다양한 기법은 그 장단점과 쓰임새가 각기 다르다. 그간 우리의 규제개혁은 규제개혁 기법을 먼저 정하고 규제들을 맞춰 넣는 식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그간 정부의 수많은 규제개혁 추진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에는 정부의 노력 부족보다는 규제현실화에 머무른 측면이 크다. 규제개혁의 경험 끝에 그때의 아쉬움을 담았다 나름대로 전략적 규제개혁의 방향을 살펴보고 이를 위한 개혁의 기법들을 모아 그 쓰임새를 살펴보고자 했다. 그러나 화두만 던지는 미완성이다. 게으른 성격으로 화두만 던지는 졸작을 쓰는 데도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교정과 자료 수집에 협조를 아끼지 않은 대한상공회의소 황동언 팀장에게 감사드린다. 그간 공직 생활에 항상 힘이 되어준 아내와 디자인과 글자체에까지 더 없는 도움을 준 딸, 아들에게 감사하다. 규제개혁의 현장에서 고심을 같이한 옛 직원들에게 감사하고 화두만 던지게 되어 미안하다. 2015년 한여름에 류충렬 차 례 제1장 규제의 파르마콘 9 규제란 무엇인가?__11 왜 길을 막는 전봇대가 되었나?__17 말도 안 되는 규제들__30 규제는 파르마콘이다__42 규제의 외형 목적과 숨겨진 의도__51 지방자치단체의 ‘서랍 속 규제’__56 규제, 집행 행태에 따라 독성이 나타난다__64 규제, 끊임없는 탄생과 끊임없는 개혁__74 제2장 규제개혁의 전략과 기법 79 규제개혁과 규제현실화__81 전략적 규제개혁__87 규제개혁의 기본 기법, 규제영향분석__100 한시적 규제유예__117 규제총량관리제도__130 한국의 규제비용총량제__152 규제일몰제__168 성과기준 설정 규제개혁__174 원칙 허용․금지행위 열거 방식__182 규제특구제도__185 규제형평제도__188 비규제적 대안으로 전환__193 규제개혁 기법의 적용__203 규제개혁 주체의 중요성__208 제3장 한국의 규제개혁 역사와 제도 215 규제개혁의 시작__217 전두환․노태우 행정부의 규제개혁__221 김영삼 행정부의 규제개혁__225 김대중 행정부의 규제개혁__232 노무현 행정부의 규제개혁__242 이명박 행정부의 규제개혁__248 박근혜 행정부의 규제개혁__256 「행정규제기본법」의 의미와 주요 내용__262 제4장 이제는 개혁해야 할 규제들 271 이제는 개혁해야 할 규제들__273 공공기관의 광고 대행 의무화__276 투자개방형 의료법인__282 수도권 규제개혁__292 참고 문헌 304 저자약력 류충렬 총무처(현: 인사혁신처), 국무총리실 등에서 32년간 공직생활을 하고 2014년 1월 국무총리실 경제조정실장으로 퇴직했다. 재직 중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조정실(서기관), 국무총리실 사회규제관리관(국장급) 및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장(실장급)직을 거치면서 규제개혁 업무를 추진했으며, 현재 한국행정연구원 초청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